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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Entertainment

[영화] 치명도수: RESET, 역시영구 (RESET, 2017) 후기

by 사이테일 2018. 1. 12.



타임 리프는 흥미롭다.

하지만 어렵다.

치밀한 시나리오를 구성하지 못한 타임 리프는 안하니만 못한다. 작은 설정의 오류도 큰 구멍이 되어버리는 것이 시간여행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타임 리프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정밀하게 구성된 시간 여행은 예측 불가능한 소름돋는 전개를 수반한다. 과거의 작은 행동이 미래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것을 보면서 희열감을 느낀다.



<치명도수:RESET>는 기본적으로 시간 여행을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타임리프에 의한 이렇다할 오류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구성한 것도 아니다. 이 영화는 시간 여행에서 오류가 생길만한 요소들을 몇 가지 설정으로 제약을 둠으로써 교묘하게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 제약사항 1. 평행세계

시간 여행의 구성이 어려운 이유는 과거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평행이론을 들먹임으로써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즉, 타임리프를 통해 돌아간 과거는 새로운 세계로 이 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본래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제약사항 2. 단방향 리프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를 이용해야 한다. 영화에서는 웜홀을 통해 또 다른 평행 세계에 도달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웜홀의 특징을 통해 본래 시점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강조한다. 즉, 과거로 돌아가 어떠한 행동을 해도 현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를 묘사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 제약사항 3. 1시간 50분

시간 여행에 매우 큰 제약 사항을 두었다. 딱 1시간 50분 전의 과거로만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애초에 짧은 이동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가 크게 변할 요소를 막은 셈이다.


이와 같이 평행이론, 웜홀, 1시간 50분 등을 통해 시간 여행 영화가 겪는 시나리오의 어려움을 간단하게 해결했다. 하지만 이는 <치명도수:RESET>를 반쪽짜리 타임 리프 영화로 만들었다.



분명한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


먼저, 시간여행자가 과거의 자신과 만나서 협업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존재한다.


또한, 치밀한 시간 여행 영화의 구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 꼼꼼함을 보여준다.

암벽등반을 취미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매달리는 액션신에 대한 근거를 부여하며, 회의를 주도하는 모습을 통해 (소장보다) 연구에 핵심인물임을 강조한다. 또한 평행 세계의 유인원의 흥분상태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도 난폭해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큰 줄기에 모두 근거를 부여하는 꼼꼼함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여러 재미있는 요소들이 모두 들어있다. 약간의 반전도 찾아볼 수 있으며, 수퍼 우먼은 아니지만 뛰어난 물리학자임을 이용한 재치있는 행동도 존재한다. 모성애를 통한 감동도 주려고 하며, 어설픈 CG지만 액션 요소도 충분히 존재한다. 진행 또한 스피디하다.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이 모두 존재한다는 점도 하나의 포인트이다.

이렇게 나열하니 잡탕같은 느낌이지만,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전개를 보여준다.



물론 매우 짜임새 있는 A급 시나리오는 아니다. 일단 악역들의 과한 행동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꼼꼼하게 악역들의 사정까지 모두 이야기를 해주지만, 그들의 목적에 비해 행동 자체가 너무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쉬운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재미있는 영화였다. 부수적으로 원맨쇼를 보여주는 '양미'라는 배우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딱히 호불호를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 평점 : 7.5 / 10